촛불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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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

지은이 김문영

출간일 2019년 10월 28일

판형 사육판변형( 130 * 205 mm)

제본 무선

페이지 146쪽

가격 10,000원

ISBN 979-11-962627-8-5

분야 국내 도서>문학>시

 

 

담당 이용준 (미디어사업본부 총괄팀장) (T) 031-8086-7995 (F) 031-8086-7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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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14057)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시민대로 383 디지털엠파이어 B동 808호

책소개

 온갖 부정 부패와 거짓, 모함, 억압 들이 설치는 사회, 더욱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무너뜨리는 현실에 시대는 분연히 촛불을 들었다. <주름지고 거친 손으로 / 움켜잡은 촛불과 / 어리고 여린 손으로 / 고이 꼬옥 쥔 촛불이 만나> 세상을 밝혔다. 그리고 정의와 진실, 양심의 거대한 외침은 마침내 정권을 바꿨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역사의 대변혁을 일으켰다. 그러나 촛불은 한갓 한때 꿈, 허무한 바램에 지나지 않았을까. 적폐와 모순, 허위, 부패는 다시 또 그 더러운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되살아나고, 천박한 천민자본주의는 삶의 전반 깊은 곳에 질기게 뿌리박은 채 사람다움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새로운 경계를 요구하는 / 추상어들이 만들어지고 / 부패 부정 세력을 되살리려는 / 음모가 이어진다>, 시인에겐 위대하고 아름다운 촛불 혁명이 모리배 협잡꾼들에게 훼손당하고, 반란의 언어들에 난도당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을 모욕하는 뉴스는 넘치고 / 국민의 힘을 누르려는 음모도 넘치고>, 촛불 위에 찬 겨울비만 내린다. <행여 이 비에 촛불 꺼지면 어쩌나>, 시집 속에는 노심초사하는 시인의 애달픔이 가득하다.

사십 년을 시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애오라지 산문만을 쓰던 글지(작가) 김문영이 갑자기 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심에 불을 댕긴 건 바로 촛불 민주혁명이었다. 어떤 것들은 투박스럽게, 어떤 것들은 서투르게, 어떤 것들은 굵게, 어떤 것들은 뜨겁게, 가난과 설움과 성찰과 아픔과 부끄러움과 사랑과 애통과 안간힘과 희망과, 그리고 적폐 타도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악필처럼 갈겨썼다. 시원하고 후련하다.

시인은 자꾸, 정제되지 못한 언어의 나열, 상투적 비유, 억누르지 않은 감정의 분출 들이라, 자신의 시집을 시답지 않은 시집, 곧 비시比詩 시첩詩帖이라 스스로 비하한다. 딴은……. 무척 거슬리리라. ‘감히 이렇게까지 거칠고 버거운 주장을 함부로 뿜어대다니.’ 그러나 귀를 기울여 보라. 그것들은 시대와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뇌, 양심에서 솟아올라, 목청껏 외치는 열렬한 참여이고 나아가 실천이다. 세련, 교묘, 화려, 현란, 기발 따위가 미칠 수 없는 진정성이고 치열함이다. 둔탁한 실재이다. 이들은 오늘날 많은 우리시들이 언제부터인가 애써(?) 외면한 덕목, 가치들이 아닌가. 그래서 이제 김문영의 『비시 시첩, 촛불의 꿈』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옳다.

작가소개

충북 제천 청풍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일요신문, 민주일보, 문화일보 기자

민주일보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 중앙위원 및 대변인

미디어피아 대표

저서 『알기 쉬운 경마 여행』 외

역서 『제인에어』

르포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현재 미디어피아에 칼럼과 시 연재

책속으로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물길이 막혀 버린 날

구름이 갈 길을 멈추고

새들도 울지 않았다

나는 그날

어머니가 삶은 가난한 감자를 먹고 있었다

청아하던 강물 소리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물에 덮인 감자 한 덩이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물길은 점점 차올라

마당을 묻고 마루를 묻고

마침내 지붕까지 묻었다

묻히는 아픔에 나는 울었다

아버지 어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형 누나 동생 친구들 모두 울었다

산목숨은 살아야지

산 입에 거미줄 치랴며

짐을 싸는 아버지의 굽은 등 위로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떠나는 사람들의 어깨도 처졌다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이

먼지 나는 신작로에서 울었다

 

 

다시 문학을 위하여

 

인덕원에 있는 제주 흑돼지 전문점 돈사돈에서

버얼건 연탄불에 먹음직스런 오겹살을 구우며

그가 울부짖었다

문학은 죽었어 문학의 시대는 갔어

지글지글 타들어 가는 한탄이

뜨거운 연탄불 위에서 두 번 죽을 때

새로 나온 도수 낮은 소주

잔은 더 빨리 비워지고

취하는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그의 목소리는 아주 빠르게 탁해지고 있었다

시를 우습게 알고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

죽은 사회에서 우리는 무얼 하나

분노의 잔과 잔이 부딪치고

핏대 높이는 목소리에 놀라

연탄불 더 붉게 타오를 때

어디 문학이 시와 소설뿐이더냐

밥딜런도 노벨문학상 받았는데

노벨문학상을 거부하는 문인도 있지 않은가

값지기로야, 받아 줘서 고마운

언저리문학상이 훨씬 낫지

버티고 살아 내는 것 자체가 문학 아니냐

등단한 사람만이 문학인이냐

등단하지 않고 글 잘 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등단 심사하는 사람 자체가 함량 미달인데

등단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문학에 경계가 어디 있느냐

치열하게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다시 문학을 위하여 건배를 외칠 때

새로 나온 소주병은 어느새 비워져 있었다

 

 

만약에 술집이 없다면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나는 더더욱 존재할 수 없다

술 취했던 간밤이 없었더라면

내 어찌

찬란한 아침해를 맞이할 수 있으랴

부끄러운 줄 아는 아침은 참으로

행복하다

 

 

행운목에 핀 꽃

 

“회사가 잘되려나 봐요”

직원의 달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행운목에 꽃이 피었어요”

더 낭랑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20년 넘게 사무실에서 행운목을 키웠지만 꽃이 핀 건 처음이다

“어! 정말?”

나도 몰래 기쁨의 감탄사가 나왔다

“회사가 잘되려나 보네”

말을 뱉어 놓고 회사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회사=자본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리곤 자본의 모순과 착취와 계급에 대해 배우고 공부했다

그런데 현실은 모순과 착취와 계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타래처럼 엉키고 설킨 관계와 관계로 이어지고

개인 회사와 자영업이 수도 없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자본가인 동시에 노동자다

사회는 그렇게 변해 가고 있다

행운목에 핀 꽃을 바라보며 회사가 잘될 것이라고 믿는

직원과 나는 계급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한몸으로 이어지는 공동체로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회사가 잘되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회사는 개인을 존재하게 하는 곳이다

개인은 회사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린다

가정이 안정되면 회사가 잘된다

회사가 잘되면 사회가 안정된다

사회가 안정되면 국가가 발전한다

그깟 행운목에 꽃 한 송이 핀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 있을까

그러나 직원과 나는 처음 보는 신비로운 꽃 앞에서

회사가 잘될 것이라는 가슴 벅찬 행운을 노래한다

 

 

고구마를 캐면서

 

지난봄 가녀린 줄기로 땅속에 묻혔다

어둠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위해 몸부림쳤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 딛고

생명줄 놓지 않았다

번개 천둥 비바람 몰아쳐도

뙤약볕 쏟아져 대지가 메말라도

정진하고 또 정진하여

마침내 척박한 땅 속에 뿌리박고

희망 한 무더기 잉태했다

오죽하면 그러랴만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걸핏하면 자살을 결행하는 인간들과 달리

희망의 끈 놓지 않고

끈덕지게 버티고 또 버텼다

후두둑 알밤 떨어지는 가을이 오고

땅 위에서 평화 번영의 울림이 커지는 동안

땅 속에선 구황의 희망 자라

첫서리 내리는 시기

붉은 알몸으로 세상에 나오니

생각과 달리 세상은 온통 아비규환이구나

그러나 어떠랴

누군가의 입을 구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보람 어디 있으랴

 

 

호박 익어 가는 시절

 

개인과 가정 사회 나라 세계 그리고 우주

인간이 존재하는 영역을 상상해 본다

존재하는 영역에 따라 좋은 점과 나쁜 점 있겠지

 

개인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아무 데도 없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나만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니 극단적인 이기주의 팽배

나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없다

결국 도덕이 무너지고 상식이 말살된다

 

가정

나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울타리

그러나 나는 가정 없이도 살 수 있다

가정이 파괴되면 사회가 붕괴되고 나라가 망한다

아니다 그래도 사회는 돌아가고 국가도 건재한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조차도 점점 해체되는 시대

시대가 아파 눈물 흘린다

 

사회

왕따당하면 살 수 없다

외톨이로 살아가기엔 삶이 너무 힘들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여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변해 간다

적과 아군만 있고 우리는 멀어져 간다

우리가 복원될 날은 언제 오려나

 

나라

나라 없이 존재하는

개인이 있을 수 있을까

가정이 있을 수 있을까

사회가 있을 수 있을까

개인이 행복하고

가정이 화목하고

사회가 안정되어야

나라가 잘된다

그러나 일본 같은 나라는 되지 말아야지

 

세계

평화의 저지선이 무너지고 약육강식의 질서만 푸르둥둥 살아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참혹한 세월

나라와 나라가 부딪혀 피 흘리는 삶

누가 더 물질의 풍요를 누리느냐만 남아 있는 메마른 인정

직접 간접 살인만 늘어나고

함께 잘 사는 꿈은 사라지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되어

제국의 배만 터지게 불리는구나

 

우주

가 보면 알 수 있으려나

주먹만 한 지구 티끌 같은 인간들이여

티격태격 아둥바둥

결국은 소꿉장난인 것을

왜 그리 분노하는가

무얼 그리 애달파하는가

무에 그리 서러운가 억울한가

 

모든 시름 잊고 둥글게 둥글게 호박 익어 가는 시절

 

 

권고사직

 

사람의 생각이 같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아는 정도가 다르고 인식하는 정도도 달라

편견의 벽이 견고하게 쌓이고

사람들은 무너지지 않는 벽에 갇혀

갈등하고 분노하고 투쟁한다

조절하지 못하면 전쟁이다

 

매출이 빠른 속도로 줄어

노심초사하는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1년을 마무리하는 시간

버텨 낸 시간들이 위대하다

어렵고 힘들고 고달픈 고비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낸 위대한 당신

당신과 당신이 모여 우리의 희망은 살아 있고

오늘도 태양은 떠오르고

먹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햇살 너머엔

버리면 안 될 꿈이 있다

아쉬움이 남는 시간을 되돌아보면

사연 가득한 자욱마다 눈물이 고이는구나

몇 개월 치의 임금으로 만들어진

희망퇴직금을 쥐어 주며

그렇게 떠나보내긴 싫었는데

적게 나누더라도 남은 사람 살아야기에

떠날 수밖에 없는 당신을 보내는 하늘가

흩어지는 구름이 슬퍼라

 

 

촛불 5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오래전 육사가 노래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이 땅에서 목놓아 부를 때도 되었는데

정치판 돌아가는 꼬락서니는

잡배들만 우글거리는 모양새

보수와 진보, 좌와 우, 극좌와 극우

촛불과 태극기, 종북과 수구 꼴통

경계도 없는 언어로 경계를 짓고

새로운 경계를 요구하는

추상어들이 만들어지고

대연정이라는 미명 하에

부패 부정 세력을 되살리려는

음모가 이어지고

공수부대 사진을 자랑질하고

그걸 헐뜯는 반란의 언어들이 춤추고

결국 영웅은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봄은 왔지만 아직은 봄이 아닌

안타까운 시간이 마구 흐르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보이지 않고

위대한 촛불 시민 명예 혁명을

우리 역사에 안착시킬, 환하게 밝힐

영웅을 기다리는 봄밤

미세먼지 가득해

콜록콜록 기침만 나네

작가의말

촛불의 꿈은 언제 완성되려나

 

메아리 없는 소리들이 아우성치는 마른 하늘가

만나지 못한 넋들이 울면

갈 길 잃은 흰 구름 흩어지네

혹시 꺼지지나 않았을까 촛불

노심초사하는 가슴 위로 찬바람 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잘못된 채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일까

아니겠지 모든 것은 정의로운 방향으로 달려가겠지

설마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

촛불 너를 안고 숨쉬다 보면

이 땅의 모든 거짓 주장 음해 사기 막무가내 사라질 거야

참았던 슬픈 눈물도 마르지 않을까

두려워 눈감은 가녀린 마음들도 일어설 거야

일어서서 달리겠지

오늘보다 더 추운 내일은 오지 않겠지

 

1980년 서울의 봄과 5·18 광주민주항쟁, 1987년 6·10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현실에 부딪쳤다. 1980년대 전반은 학생운동으로 후반은 노동운동으로 내 청춘을 바쳤다. 그리고 민주화가 완성된 1990년대 중반까지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가정사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시기 비교적 기자 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일요신문, 민주일보 노조위원장, 언노련 초대 중앙위원 겸 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언론노동운동에 헌신했던 나는 1991년 문화일보 창간 멤버로 기자 생활을 새롭게 시작했다. 당시 사장이었던 이규행 씨(작고.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는 일본의 메이저 신문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산케이 신문에 대하여 조직은 물론이려니와 논조에 대해서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 매체는 경마를 매우 중요하게 다뤘다. 고 이규행 사장은 이 현상을 보고 문화일보도 경마를 고정면으로 신설할 것을 지시했다. 내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종합일간지 최초로 매주 2면씩 경마를 고정면으로 다뤘다.

경마 예상 적중률도 매우 높아 경마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런 인기를 이유로 『알기 쉬운 경마 여행』이라는 내 생애 첫 번 째 책을 출간했다. 이어서 『경마 사전』, 『경마 길라잡이』, 『김문영의 베팅 가이드』 등 전문서적을 잇따라 집필했다. 그 당시는 경마는 모든 스포츠 종목 중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어서 책들이 꽤 많이 팔렸다.

전문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칠 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강요받는 시기가 찾아왔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라는 국가적 변란이 그것이다. IMF 경제위기는 국민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재벌들에게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강요되었다. 현대그룹은 1998년 1월 19일 정주영 회장이 직접 문화일보 경영에서 철수하겠다는 안을 전면에 내세운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화일보도 지면 축소와 인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했다. 인원 감축으로 명예퇴직을 신청받았다. 나는 여러 날 밤을 지새우며 고민한 끝에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폭풍우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홀로 항해를 떠나는 돛단배였다. 거센 모험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 퇴직금에 더하여 7개월치 급여를 명예퇴직금으로 받았다. 1998년 4월 9일, 퇴직금과 아파트를 처분하여 한국경마문화신문사를 설립했다. 임금을 받고 생활하던 노동자에서 임금을 줘야 하는 상황으로 신분의 변동이 생겼다. 책임감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대기업이야 막대한 자본을 이용하여 많은 이윤을 창출하지만 10여 명의 인원으로 출발한 한국경마문화신문사는 자영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초창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1년이 지나면서 이윤이 발생했다.

나는 이후 『로또보다 좋은 경마』, 『말산업으로 융성하는 나라』라는 전문서적을 더 출간하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던 중 2016년 가을~2017년 봄, 또다시 엄청난 변혁의 시간을 맞이한다. 나는 또 그 변혁의 현장에 있어야 했다. 촛불을 들고……

촛불의 거대한 힘은 정권을 바꾸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혁명이었다. 세계사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역사적 대변혁이었다.

그러나 촛불의 꿈은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 촛불의 꿈이 이뤄지리라 믿었건만 꿈을 달성하기에는 아직도 먼 길을 고단하게 가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 위에

찬 겨울비가 내립니다

계절은 바뀌어

가을을 지나 겨울의 한복판

동짓날 긴 밤에

촛불의 마음과 마음을 적시는

찬비가 내립니다

정치에 농락당해

울분에 젖은 마음 위로

희망의 싹을 틔웁니다

혹한의 계절이건만

가슴에 품은 희망의 촛불 타올라

찬 겨울비를 데워

식어 가는 마음을 덥히고 있습니다

자정 넘어 새벽으로 가는 시간에도

국민을 모욕하는 뉴스는 넘치고

국민의 힘을 누르려는 음모도 넘치지만

부득부득 나를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은 살아

울분에 젖은 마음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행여 이 비에 촛불이 꺼지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마음도

겨울비에 젖고 있습니다

―「촛불 2」 전문

 

2016년 12월 22일에 쓴 시다. 당시에 노심초사하던 마음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벌어졌던 양극화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천박한 천민자본주의는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민낯의 그 더러운 얼굴로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삶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

아름다운 정이 통하던 공동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개인 이기주의만 팽배하여 핵가족화로 인한 병폐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복원해야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벌목을 끝낸 산기슭

그루터기에 앉아서 세상을 봅니다

산마을 굴뚝에서 아침 연기 피어오르고

일찍 잠 깬 산새들 새 아침을 노래합니다만

부자와 가난뱅이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촛불 혁명으로 정권은 바뀌었어도

분양 안 된 인생들의 서러움이 거리를 헤매입니다

돈의 무게가 짓누르는 험난한 인생길

노후 대책 없이 직장 잃은 후배의 딱한 사연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루터기 산기슭에 뿌려집니다

다른 쓰임새로 잘려 나간 나무들마다

잎이 없으면 뿌리도 없다는 비명이 들리고

그러나 나는 그루터기에 앉아서

청산은 날더러 물처럼 살라 하고

창공은 날더러 티 없이 살라 하네

맥없이 처량하게 되뇌입니다

고고한 척 청아한 척 되뇌입니다

―「촛불 4」 전문

 

촛불의 꿈은 사실과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었다. 촛불 혁명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세력들이 그대로 남아 촛불의 꿈을 짓밟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천년만년 찬란하게 꽃피워야 할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이 촛불의 꿈과는 정반대로 모리배 협잡꾼들에게 훼손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이런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한 것이다. 정제되지 못한 단어의 나열로 시다운 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비시 시첩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차례

 

절터에서

청량리행 열차를 타면서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고향 무정

이별

모두에게 다 봄이면

다시 문학을 위하여

나보다 더 소중한 당신

한글날 시인에게

눈향나무 분재

어느 허름한 낙향

이별 노래

무서리

또 하나의 가을

 

제2부 성찰 시첩

 

정상에 서서

쌈 채소를 심으며

나무도 허물을 벗는구나

겨울밤

다시 산책

버티고 견디기

사는 동안

정답 없는 세상

만약에 술집이 없다면

가꾸기

사람 대신 온 꽃바구니

살아남기, 나무

초승달

행운목에 핀 꽃

낮달이 흘러가는 곳

 

제3부 귀촌 시첩

 

진달래꽃을 따면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그대

구름이 1

구름이 2

밤하늘을 보면

조롱박

암병동 1

암병동 2

폭염 속에서 얻은 결실

가을로 가는 길

고구마를 캐면서

공설운동장에서

겨울, 산촌

흙이 없는 곳에서도 피는 꽃

 

제4부 촛불 시첩

 

흐린 날

공생 혹은 상생

이유 없는 사랑

미세먼지

할미꽃

산딸기 익는 시간

호박 익어 가는 시절

꽃잎을 주우며

밤을 주우며

권고사직

촛불 1

촛불 2

촛불 3

촛불 4

촛불 5

 

자작시 해설 / 김문영

촛불의 꿈은 언제 완성되려나

 

발간에 부쳐 / 윤한로

작달막한, 그러나 굵고 뜨거운 인간 김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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